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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관점에서 오늘을 성찰해야 한다”

글쓴이 커뮤니케이션센터

조회520 작성일 2020-10-13

“미래의 관점에서 오늘을 성찰해야 한다”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4) 대담
‘긴급성의 시대, 정치규범의 새 지평’ 주제로 실천적 해법 제시
조인원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장,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참여


지난 9월 22일 경희대학교 조인원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장이

 ‘제39회 UN 세계평화의날 기념 국제회의’ 개회식을 맞아 개회사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9월 2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개막한 제75차 UN 총회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책임론 공방에 몰두하며 문제해결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이것이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됐으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지구적 협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9월 22일(화) 열린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 2020) 대담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정치철학, 과학사, 국제정치학의 화두에 천착하며 인류의 실존적 위기에서 희망의 지평을 모색해 온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정치학),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실천적 해법을 제시했다. 3인의 실천 지성은 온라인에서 만나 ‘긴급성의 시대, 정치규범의 새 지평’을 주제로 대담을 펼쳤다. 대담은 안병진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인류의 실존적 위기, 동시다발적 발생·상호작용하면서 문제해결 더 어렵게 해”

현 상황에 대해 아이켄베리 교수는 “우리는 팬데믹은 물론 기후변화,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큰 위협에 직면해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데, 자유민주주의가 실패하면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이 부상해 국가 간 유대감이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권 국가들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면서 더욱더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현대문명의 난제, 지정학적 문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등 여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지금 이 시대의 문제는 전염병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태계의 자연적 순환이 인류가 쌓아온 사회체계, 현대문명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그것은 누적된 삶의 근원적 가치와 질서의 문제다”라고 우려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전염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1918년에도 있었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거듭된 역사가 있었다. 사회, 정치, 체제의 위기 또한 모두 마찬가지이다”라며 “우리는 왜 이런 역사가 반복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는 산업문명의 발달로 풍요와 번영을 누리게 됐으나 위기가 되풀이되고 그 정도가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면 새로운 인식과 존재에 관한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 이사장은 초월적 연결성에 주목하면서 “자신과 타인, 사회와 세계,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함께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개인의 욕망과 안위, 행복 추구가 사회와 세계, 자연과 우주를 향해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그 연결의 지점을 우리 삶 안에 내재화해 성찰적, 초월적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 국제사회 차원의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성찰과 인식, 행동의 전환이 전제될 때 문제해결을 위한 유대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조인원 이사장의 견해에 공감하면서 “그동안 인류가 추구해 온 경쟁의 가치로는 공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협력의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상호연결성이다. 상호연결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너무 명백하다. 단 몇 주 만에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는 다시 한번 이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상상을 동원해 지금까지 해왔던 대안에 얽매이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으로 대담에 참여한 (사진 왼쪽부터)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



“문명 붕괴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문제해결 위해 혼신의 노력 다해야”

대담자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듯이 삶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잃고 종전 방식대로 무분별한 성장과 경쟁 패러다임을 추구할 경우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세계 전문가, 국제기구, 문명과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는 기관은 문명 붕괴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 <United in Science 2020>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2020~2024년) 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매년 0.91~1.59℃ 높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학자들은 1.5~2℃ 이상 높아지면 지구적 위기, 대규모 서식지 파괴, 식량 위기, 수많은 해안 도시 침수와 같은 대재앙이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생태학자들은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UN은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 인류는 지금 ‘굴복’ 아니면 ‘희망’이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부여받고 있다는 긴박한 경고를 내놓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지구 운명의 날(Doomsday)’ 예측이 더는 논리적 비약이나 경멸의 대상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시간이 다 돼간다는 내용의 특별담화를 전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핵, 기후, 생태계 파괴, 분열적 현실정치 등으로 점철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류는 감당하기 매우 힘든 큰 재앙에 봉착할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제주의 아니면 절멸(Internationalism or Extinction)’이란 한 원로 학자의 절규처럼 인류는 지금 문명사적 대붕괴가 운위되는 긴급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역사를 반추하며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지금의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과 비슷하다. 인류는 2차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이후에도 해결책을 찾았다. 우리가 새로운 질서를 찾아낼 수 있었던 시기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국제협력의 경험과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협력의 방법 역시 역사에서 발견했다. “자유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공동의 가치와 상호의존성이 다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쌓아가야 한다. 그럴 때 다시 협력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사실에 따라 도래할 미래를 직시하고 행동에 나설 때”

오레스케스 교수는 “복합적인 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The Collapse of Western Civilization: A View from the Future)>에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도래할 미래를 상상한 이유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문명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쓴 게 6년 전인데, 상황이 그때보다 나빠졌다. 그런데도 지구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선의의 과학기술이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힌 후, “그러나 더는 시간이 없다.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특히 정치적 행동을 촉구했다.

“수많은 과학자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경고해왔고 실제로 극심한 열파, 가뭄과 홍수, 태풍, 허리케인 등이 일어났지만, 일부 정치권에서 기후변화를 거짓이라고 말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밝힌 오레스케스 교수는 한 가지 예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는 세계 정치권의 양면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후변화협약을 맺은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 등 여러 국가가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서 매년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수출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이어진 기후변화에 관한 ‘경고’와 ‘부인’. 조인원 이사장은 이 같은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 이사장은 “기후 시스템은 서로 연결돼 있어 지구 기후체계에 큰 영향을 주는 여러 국면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를 수 있다. 극한의 기상이변이 만들어내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것은 자연생태계, 산업문명, 사회경제체제, 인간의 욕망, 분열적 정치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 사회과학적 함의를 생각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 인간의 자연 개입이 문제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예를 들어 어느 특정 제도와 이념, 사상에 편향돼 그것의 절대 우위를 인식하는 순간, 애초 취지와 다르게 그 밖의 모든 것을 적대적으로 만들려는 양상이 나타난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온 역사이기도 하다”라며 “정치권력을 유지해 온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인식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기존 틀을 넘어 인간의 내면적 가치와 양심, 공적 가치의 열린 가능성을 수렴하는 정치의 새 지평이 필요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넘어서려고 하는 내면의 성찰과 함께, 전망되는 파국의 미래를 ‘오늘 이곳에’ 불러와 이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대문명, 현대적 삶에 내재된 인식과 행동의 한계를 총체적으로 성찰하면서 개인과 사회, 국가 차원에서 어떤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인지 폭넓게 공론화해야 한다. 지구행성 전체를 조망하면서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문명사적 대재앙의 가능성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정치학)는 대담에서 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 국제사회 차원의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성찰과 인식, 행동의 전환이 전제될 때 문제해결을 위한 유대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희망의 지평 열어가야”

암울한 전망에도 3인의 지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조인원 박사는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희망의 지평을 시급히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2018년 15세의 나이였던 그레타 툰베리 학생이 촉발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가 지구적으로 확산하면서 미래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기성사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기성세대, 기성사회, 기성정치의 노력이 절실하다. 위기와 파국, 지구적 재앙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미래의 관점에서 어제와 오늘의 한계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이에 동의하면서 “기성세대가 새로운 성장과 번영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미래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생활 수준과 성공할 확률이 더 낮은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첨언한 뒤, 깨어난 시민의식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1987년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폐기협정을 이끌어낸 것은 수백만 명의 시민이었다. 핵무기의 존재론적 위협에 거리로 나온 시민의 항의가 미국과 소련 양 대국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라며 기후와 환경, 생태의 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형성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미래세대가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관심을 두고 행동에 나서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면서 “기성사회는 미래세대에게 권한을 부여해 더 잘하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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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커뮤니케이션센터ㅣ기사문의 : 02-3299-8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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